2011년 6월 21일 화요일

기억을 지우고 하늘을 보라.


기억을 지우고 하늘을 보라.

1992년 9월 7일 너와 인연이 시작되고, 벌써 2009년 17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아주 많은 일들이 우리에게 있었던것 같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나서 연애하던 그 시절…

다툼도 많고, 사랑도 많고…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다시 3년은 배위에서 떨어져 보냈지.

배를 타고 있는 동안 너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일들…

가슴앓이, 외로움 그리고 상처!

거기에 보답하겠다고 맹세하고 다짐했던 기억도 아직 남아있어.

배를 내려 마르고 마른 내 모습을 보고는 언제까지고 쉬라며 힘을 주던 네 모습. 또 울던 네 모습.

잊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잊지 않고 있는것도 있어.

그리고, 1999년 10월 17일 함께 산지 1년 정도 되어갈때 결혼을 했지.

이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무게도 있었고, 또 그래야 했었다고 지금도 생각해!

하지만, 무엇인가를 했던 그 일들은 잘 되지를 않았어…

널 힘들게 했고, 또 힘들게 했던 시절…

인피네트!

민규가 태어나고, 조금 나아지는 듯 보였던 생활 그러나, 민규의 병으로 참 많이 넌 힘들어하고 아파했지.

넌 나에게 민규때문에 아파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지만 그렇지 않아.

나도 많이 아파했고 내가 아파하는 것이 네게 짐이 될까봐 그러지 못했어.

그리고, 무심한 듯 - 아니 무심한 거겠지 -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을 탓했던것은, 너에게 더 관심있게 말하는 것이, 너를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해서야.

너만큼이나 아직까지도 나도 민규에게 신경이 쓰여.

왜 아프게 됐을까? 유전이 아니라면…? 무엇때문에??

혹시 옥탑방의 안테나 들이…? 벌레들이??? 먹는것중에 무엇이??? 엄마와 떨어져 있어서??? 혹시 민규와 맞지않는 무엇이 있을까??? 분유가? 이유식이? 물수건이?

내가 어렸을때 다리를 많이 아팠는데… 나때문인가?

스테로이드를 먹으면 키가 잘 크지 않는다는데… 정말 안자라면 어쩌지?

약이 민감하다는데, 반알 줄이는게 혹시 악화되지 않을까?

너를 믿고, 채교수님을 믿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어… 지금도 그렇고…

내가 나쁜건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도 어찌하지도 못한다는 거지.

그리고, 2008년 민규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다른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었지. 너에게나 나에게나…

참 많은 힘을 나에게 주었지만, 난 그걸 받아들이지 - 아니 그걸 받는것도 부담스러워 - 못했고,

결국 탈출구를 그릇된 곳에서 찾으려 했고, 그 잘못된 선택이 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구나.

정말 미안해. 정말…

넌 내가 너를 사랑하느냐고 물었지?

사랑해… 사랑해…

민규보다 더…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아니, 정말 그게 사랑이냐고?

난 네게 사랑을 표현하는게 너무 힘들어…

왜???

기억을 지우고 하늘을 봐봐!

하늘이 파란 이유는 공기중의 물방울이 부서져, 햇살에 반사되서 나타나는, 빛이 파랗기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기억을 지우고, 그냥 하늘이 파랗다고 봐봐.

그럼 아름답지…

그런데, 네 얼굴을 바라보면 네 얼굴에는 기억이 너무 많아.

그 아픔의 기억들이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고, 너에게 무언가 할 수가 없어.

내가 네 얼굴을 마주보고 다가설 수 있도록 아픈 기억을 지워봐.

나를 위해서… 무엇보다 너를 위해서…

분노는 화를 부르고, 그 화는 너를 다치게 하고 말아!

혹시 내가 너를 보는것이 너의 화를 더 돋우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또 겁이나.

평생 너에게 미안하다고 해야하는 원죄를 가지고 있기에…

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힘들어.

난 널 사랑해!

지금 이 편지가 너에게 가식으로 보일수도 아닐수도 있겠고, 네가 내 사랑을 믿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난 널 사랑해!

지금까지 17년을 너를 만나고 살아왔지만, 앞으로 17년을 더 살아야 할 수도 있고, 그 이상을 더 살수도 있어…

또, 많은 다툼을 할 것이고, 많은 가치관에 대한 충돌도 있을거야!

너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민규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수 없이 해봤어.!

결론은 항상 그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깨닫고 말지.

그건 생활에 대한 어려움에 대한 문제가 아니야.

내가 너 없이 살아온 만큼 이제 너를 만나 살아왔는데…

그 인생의 절반을 함께 했던 사람이 내 옆에서 사라지는…

존재의 문제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그리고 옆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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